
9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알찬 패키지였습니다. 일단 국적기 대한항공 타고 가니까 좌석도 편하고 승무원분들 친절해서 장거리 비행 피로가 덜했어요.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올라갔을 때 마침 눈이 소복하게 내려서 진짜 겨울왕국 온 줄 알았습니다. 겨울 눈을 여름(? 혹은 봄가을)에 보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식사로 나온 스위스 콤비퐁듀도 치즈 좋아하는 제 입맛엔 딱이었고, 이탈리아 가서 먹은 스시 뷔페는 진짜 한 줄기 빛 같았습니다 ㅋㅋ 로마 벤츠투어랑 베니스 수상택시 둘 다 별도 비용 없이 포함되어 있어서 가이드 눈치 볼 필요 전혀 없었어요. 출발 이틀 전에 가이드님이 전화 주셔서 옷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45인승 버스도 새 차인지 엄청 깨끗하고 냄새도 안 나서 좋았어요.

엄마랑 단둘이 간 첫 유럽 여행이라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행복한 9일이었습니다. 쇼핑센터 투어가 없으니까 그만큼 관광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사진도 여유롭게 찍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할 시간도 나더라고요. 로마에서 벤츠투어 70유로 상당이 포함이라 좁은 골목길도 벤츠로 슉슉 이동하니까 다리도 안 아프고 넘 편했습니다. 피사 가서는 피사의 사탑 근처 잔디밭에 앉아있는데 날씨가 약간 어두워졌지만 오히려 선선하고 운치 있어서 좋았어요. 근처 기념품 가게 앞에서 식빵 굽고 있던 고양이 너무 귀여워서 간식 주고 싶었네요 ㅎㅎ 전일정 4성 호텔이라 방도 넓고 침대도 엄청 편해서 꿀잠 잤습니다. 환율 올랐다고 돈 더 내라는 양아치 같은 짓 안 하는 정직한 여행사라 믿음이 가네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저에게 이탈리아였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폼페이 유적지가 가장 기대됐는데, 현지 한국인 가이드분이 역사적 배경을 너무 생생하게 설명해 주셔서 2천 년 전으로 타임머신 탄 기분이었어요. 날씨가 엄청 화창해서 유적지 걷는 동안 하늘이 그림 같았습니다. 길 가다 만난 유기견(?) 같은 큰 개들이 유적지 그늘에 누워 자고 있는데 평화로워 보이더라고요 ㅋㅋ 베니스에서는 수상택시 타고 대운하 도는데 물결에 비치는 건물들이 너무 이뻤어요. 60유로짜리 선택관광이 이미 포함되어 있어서 돈 추가로 안 내니 개이득 기분! 식사도 대충 때우는 게 아니라 스시 뷔페에 미슐랭 스테이크까지 특식이 잘 나와서 패키지 밥은 맛없다는 편견이 깨졌습니다. 45인승 버스 에어컨도 시원해서 이동 중엔 꿀잠 잤네요

스위스랑 이탈리아는 정말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나라 같아요. 스위스는 대자연 그 자체고 이탈리아는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 느낌! 융프라우 올라갈 때 최신식 케이블카랑 산악열차 번갈아 타는데 올라가는 길 자체가 예술이었습니다. 눈이 너무 하얗게 부셔서 선글라스 필수더라고요. 정상에서 본 설경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피렌체에서 먹은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는 두께가 어마어마한데 겉바속촉 제대로라 순삭 했습니다. 미슐랭 맛집이라 역시 다르더라고요. 호텔도 전 일정 4성이라 컨디션 걱정 안 해도 돼서 부모님 모시고 오기 진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사님이랑 가이드님 경비도 포함이라 매일 아침 돈 걷어 바치는 일 안 해도 돼서 넘 편했고요. 출발 전 카톡으로 날씨랑 옷차림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 인솔자님 감사드려요

다른 저가 패키지들은 막상 가면 가이드 팁이니 뭐니 해서 현지 지출 꽤 크잖아요? 여긴 그런 잔돈 쓸 일 없어서 깔끔했습니다. 로마 시내 관광할 때 벤츠투어로 핵심만 쏙쏙 보니까 자유시간도 더 많이 주어지는 느낌이었어요. 트레비 분수 앞에서 동전 던지는데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더라고요. 점심때 길거리 벤치에 앉아서 보는데 지나가는 댕댕이들이 하나같이 다 덩치는 큰데 순해서 신기했어요 ㅋㅋ 스위스 넘어가서는 융프라우요흐 역에서 파는 신라면(따로 사 먹음) 먹는데 완전 꿀맛! 콤비퐁듀도 퐁듀지만 스시 뷔페 일정이 신의 한 수였던 게, 파스타만 먹다가 질릴 때쯤 초밥이랑 롤 가득 먹으니까 속이 싹 풀렸습니다. 버스도 45인승 대형이라 옆자리 비어서 짐 올려두고 편하게 다녔네요. 가이드님 지식도 엄청 풍부하셔서 이동하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